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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삼성의 유명인사에 관해서는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밖에 모르던 내가 얼마나 세상에 관심이 없었는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은 권오현 회장의 어린 시절 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김산호의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 라는 만화의 윤박사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권오현 회장은 박사의 꿈을 갖게 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것도 이러한 꿈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1980년대 초, 실리콘벨리에서는 창업 붐이 일어났다. 많은 학생들이 학계로 진출하기 보다는 취업을 선택했고 졸업을 하기도 전에 창업을 하는 학생들도 생겨났다. 학위를 마치고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꾸던 권오현 회장도 이러한 추세에 합류하여 기업에 들어가 무언가를 만들어보기 위해 삼성 입사의 길을 걷게 된다.

끝없는 위기, 변신

한국이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던 1997년에 권오현 회장은 비메모리 사업부로 전보 조치를 받았다. 하반기에는 영업을 포함한 소규모 사업을 맡으라는 지시까지 받게 된다. 연구개발직을 떠나 처음 맡은 이 사업부는 대형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 후로 맡은 대부분의 사업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떻게 위기를 넘겼을까?

리더

리더는 무엇이고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사람의 신체 기관 중 '뇌' 는 직접 일하는 것이 아니라 팔다리를 대신 움직여서 일을 하게끔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리더는 '뇌' 처럼 일해야 하며 직원을 마이크로 매니지먼트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즉, 사사건건 직원을 통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보다 미래가 종요하다고 강조하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단계 과정을 설명한다. 간단명료한 공유, 하지 않아도 될 일 목록, 작은 성공 스토리 확산이 각 단계의 핵심이다. 항상 to-do list에 매여있던 내게 not-to-do list는 새롭게 다가왔다. 걱정, 불평, 비판 등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얼마나 많이 해왔던가.

조직

저자는 사람을 채우기 전에 조직도를 먼저 그리고 빈칸에 맞는 인재를 채용하라고 한다. 또한 조직도 셋업에 대한 책임은 인사팀이 아닌 리더에게 있다고 말한다. 많은 기업에서 인물 위주로 조직도를 셋업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이는 역할과 책임(R&R)을 흐트러트리기 십상이다.

다음으로 사일로를 파괴하는 방법과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실적이 좋지 않은 회사나 부서의 공통점은 사일로를 쌓아놓은 것처럼 구성원이 지나치게 분리되어있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 왕을 교차 배치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나는 '이러한 방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삼성이기에 가능했던 방법이 아닐까? 작은 기업이 우두머리를 다른 부서에 교차 배치하면 두 명의 인재를 잃는 불상사가 발생할 것 같다.

전략

냉정한 자기 성찰과 평가를 통해 스타팅 포인트를 정확하게 알고 본질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이어서 개선이 아닌 혁신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며 혁신만이 생존임을 강조한다.

이번 장에서 재밌게 읽은 부분은 엔지니어 출신의 경영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엔지니어 출신 CEO 들은 논리적인 사고와 행동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1 + 1 = 2' 와 같은 식의 형식 논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행동과 사고가 점차 논리적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경영에서는 2가 아닌 3이 될 수도 있고 1이 될 수도 있다. 이 이야기가 재밌었던 이유는 에이머라는 웹툰의 '1더하기 2에서 2가 다른 녀석 노릇을 하면 결과가 3이 아닐 수도 있는게야' 라는 대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람은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자.

인재

완벽한 인재는 없다.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인재는 없으며 제일 먼저 고려해야할 것은 반드시 피해야할 인재상을 규명하고 그들을 후보군에서 제거하는 것이라고 한다.

계속해서 인재를 관리하는 방법과 리더의 자질에 대해서 설명한다. 권오현 회장은 권한의 위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리더가 모든 권한을 떠맡아 일이 많아지면 직원들을 부품으로 여기게 되고, 자식(아이디어)를 대신 돌봐주는 베이비시터로 대하게 된다.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권한을 위임하여 자식(아이디어)를 낳아 기르도록 해야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치며

권오현 회장은 엔지니어로 시작해 삼성전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을 총괄하는 CEO의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다. 그러한 자리에 오르기까지 권오현 회장은 입학 실패, 사업 부서로의 전배, 상사가 된 후배라는 세 가지 시련을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으며 호기심, 도전, 참을 인이라는 세가지 기본 정신으로 버텨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리더는 아니지만 구성원으로서 우리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는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하는 개발자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주인의식에 대해 '말이 쉽지, 일개 직원들이 갖기에는 다소 어렵지 않나'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주인의식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는 동료들을 보고 조금 다른 관점을 갖게 되었다. 나도 좀 더 주인 의식을 갖고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