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나는 올해 1월까지 전형적인 수직 구조의 기업에서 근무했다. 반면에 6월부터 출근하는 새 직장은 굉장히 수평적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부를 때 '님' 을 붙여 부르는 것은 기본이며 구성원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기까지 4일이 남은 날이었다. 입사일이 다가오자 초조함이 느껴졌다. 수평문화가 나에게 맞을까?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하면 어떡하지? 이런 류의 고민들이 나를 압박해왔다. 책이라도 읽으면 불안이 덜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알라딘 중고 서점에 발을 들였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책은 교과서를 제외하면 IT 기술 서적과 기욤 뮈소의 소설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런 책들을 아무리 읽어도 내 안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진정한 독서를 시작하고 싶었던 마음에 처음으로 자기계발과 관련된 책을 구매했다. 진정한 독서는 생각과 습관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기술 서적도 지식 측면에서 변화를 주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변화는 나라는 사람 자체의 변화였다.

내가 재밌게 읽었던 책은 대부분 대화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었다. 지금은 이 책이 나를 변화시키는 시작점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단지 대화 형식이라 재밌을 것 같아서였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기획부에서 근무하던 홍대리는 어느날 자신의 상사로부터 프로젝트에서 제외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동시에 마케팅부서로 좌천당하고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고 교제하던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겪는다. 그야말로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구세주의 등장?

절친한 친구인 명훈으로부터 잘나가던 선배의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된 홍대리는 생각했다. 저런 모습으로 살기 싫다. 어떻게하면 나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명훈은 그 답이 독서에 있다고 말했다. 명훈과의 대화를 계기로 홍대리는 해일이라는 멘토를 소개받는다.

해일은 홍대리의 첫번째 멘토로서 독서 습관을 잡는 방법부터 시작하여 슬럼프 극복 방법, 100일 독서, 365일 독서 등의 독서 방법을 알려 준다. '처음에는 2권을 읽으세요. 슬럼프에는 어떻게 대처하세요. 100일동안 33권을 읽으세요' 처럼 딱딱한 강의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변화의 체감

홍대리는 독서를 통해 변화를 시작한다. 좌천되었던 홍대리가 직무 강의까지 하게 되면서 많은 동료들에게 능력을 인정받았다. 심지어 본인의 열등감으로 인해 기피했던 뛰어난 동료에게 인정받았으며 열등감을 인정하고 더 이상 그를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

이 모든 변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독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홍대리는 단지 책을 읽고 생각하며 행동했을 뿐이다. 물론 훌륭한 멘토와 홍대리의 의지, 행동력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독서 습관을 잡는 것부터 시작해 자기 업무의 전문가로 인정받은 홍대리는 더 높은 차원의 공부를 원하게 된다. 그러면서 해일을 통해 지후라는 새로운 멘토를 만나게 되었다. 지후로부터 받은 CEO 인터뷰 미션을 수행하고 1년 365권 독서를 시작하려는 홍대리의 모습을 끝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두 번째 이야기, 더 큰 변화

여기서부터는 두 번째 시리즈에 관련된 이야기다. 홍대리는 독서를 통해 많은 변화를 이루었지만, 여전히 빚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홍대리는 지금까지는 생존을 위한 생존독서를 해왔다. 삶을 변화시키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살아남기 위한 독서를 하고 있었다. 지후와의 대화에서 이를 깨닫고 성공을 위한 독서로 나아가게 되었다.

홍대리는 성공노트, 감사일기, 백독백습 등 성공을 위한 과정을 밟아나가지만 매번 한계를 느끼거나 사건에 휘말렸다. 그 때마다 지후는 홍대리의 상황에 맞는 책을 추천해줬다. 추천받은 책을 읽고나면 지후와 만나 그 책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홍대리는 본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를 얻는다.

두 번째 이야기는 성공을 향한 절실함과 실천하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상사와 적으로부터 배우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번 이야기는 천 권 독서라는 어마무시한 독서를 시작하려는 홍대리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진짜 머리 속에 도서관이라도 넣고 다닐 생각인가 보다.

마치며

책을 덮으면서 내가 열정적으로 책을 읽었던 시절이 있었는지 생각해봤다. 군대 시절이 떠올랐다. 상병쯤 되면서 여가시간에 여유가 생겼는데, (여가시간인데 1년이 지나니까 여유가 생기다니, 새삼 놀랍다) 이 때 처음으로 소설에 빠져 살았다.

학창시절이 아닌 군대시절이 떠올랐음에 조금 웃겼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지금 '100일 33권 독서'를 하고 있다. 15일동안 4권을 읽었고, 내일이면 6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체감하는 효과는 오로지 나의 마인드에 대한 변화다. 과거와 미래를 위한 걱정이 얼마나 쓸데없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독서를 하기 전의 나는 전문 기술을 갈고 닦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항상 미래를 걱정했다. 내가 잘하고 있는건가? 이렇게 공부하면 훌륭한 개발자가 되는건가? 좋은 회사에서 좋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건가? 와 같은 흔히 하는 걱정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15일동안 한 번도 그런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를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도 온갖 걱정에 시달리며 살았을 것이다.